조용한 글, 소리나는 글
누구나 종이에 글을 쓰던 지난날에는 ‘조용한 글’이었다. 이제 거의 모두 셈틀 켜서 글을 쓰는 이즈음에는 ‘소리나는 글’이 된다.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흐르고, 셈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밤에는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쓰더라도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 사각사각 소리는 개구리나 풀벌레 노랫소리와 함께 아이들 새근새근 재우는 소리일 테지.
예전에 등불이나 촛불 조그맣게 밝혀 조용히 글을 쓰려던 이들은 이녁 아이들 깨우지 않으려고 얼마나 살금살금 차근차근 글힘을 북돋았을까. 나 또한 두 아이가 깊은 밤에 즐거운 밤노래 한껏 들으면서 꿈나라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6.8.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