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남기는 마음

 


  ‘어린이 우리 말 이야기책’에 넣을 낱말풀이 마지막 두 낱말을 남깁니다. 원고지 420장에 이르는 글을 비로소 끝맺는구나 싶으며, 살짝 셈틀을 끄고는 마당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뛰놀다가 들어와 빨래를 합니다. 아까 작은아이가 똥을 눈 바지를 빨고, 어제 큰아이가 벗은 여름치마 한 벌을 빨래합니다. 이러면서 걸레 한 장을 함께 빨래합니다. 빨래를 하면서 찬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는 한참 생각합니다. 이 차고 시원한 물이 내 몸으로 깃들어 하나되면서 내 마음 또한 맑으며 시원한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빨래를 하다가 몸을 씻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땀을 찬찬히 씻습니다. 빨래를 헹구고 물기를 쪼옥 짠 뒤, 마당으로 내려와 널어 놓습니다. 원고지 420장에 이르는 글을 이레만에 마무리짓습니다. 한 줄 두 줄 이어 420장이 되었고, 마지막 한 줄 두 줄 붙여 420장으로 끝날 테지요. 걸음 하나를 모아 먼길을 나서고, 자전거 발판 한 번 두 번 구르며 이웃마을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작은 손길 한 번 내밀어 아이들 볼을 어루만지고, 두고두고 이은 작은 손길은 사랑이라는 꽃으로 태어납니다. 4346.8.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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