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각
― 사진 일곱 (4346.8.1.쇠.ㅎㄲㅅㄱ)

 


지난해 봄
우리 시골집 처마에
제비 두 마리 찾아들어
헌집 바지런히 고쳐
새끼 다섯 마리 낳아
모두 씩씩하게
가을날
저 먼 바다 건너
따스한 나라로 갔어요.

 

올해 봄
어미제비 두 마리는
못 만났지만
우리 집 처마 밑에서 태어난
새끼제비 다섯 마리는
고스란히
다시 찾아왔어요.

 

그런데
우리 집 처마 밑에서 깨었어도
사진 한 장 찍으려 하니
모두 재빨리 마당 밖으로 날아가서
저 먼 전깃줄에 앉는군요.

 

하는 수 없이
부엌 모기장을 그대로 둔 채
조용히 제비들 날갯짓 지켜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모기장 그물눈 때문에
사진에 희뿌윰한 빛 어립니다.
맑은 무늬와 빛깔로 찍고팠는데
좀 서운하구나 하고 여기다가
여름날 한낮에 아이들 마당 평상에서
뒹굴며 노는 모습 슬그머니 찍으니
어, ‘모기장 필터’ 되네요.
와, 재미난걸.
요것 참.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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