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야

 


  내 오른쪽에 누워서 자는 작은아이가 한밤에 끙끙댄다. 쉬가 마렵다는 뜻인가, 하고 잠결에 오른손을 뻗어 작은아이 샅자리를 만진다. 촉촉하다. 벌써 누었구나. 그러면 갈아입혀야지. 부시시 일어나 작은아이 바지와 기저귀를 벗긴다. 쉬를 얼마나 누었기에 이렇게 무겁지, 하고 생각하며 마루로 휙 던진다. 그러고서 새 천기저귀를 꺼내 아이 샅을 닦아 주는데 어쩐지 잘 안 닦인다. 물컹한 무언가 잡힌다. 벌떡 일어나서 옆방 불을 켠다. 아하, 작은아이가 자면서 똥을 누었구나.

 

  속이 더부룩했지만 어제는 몸이 힘들어서 똥을 못 누고 잠든 나머지, 이렇게 한밤에 자다가 바지에 잔뜩 응가를 누는구나. 그래, 너는 아직 아기라는 뜻을 몸으로 보여주는구나. 네 누나는 아기를 벗어나 어린이가 되었기에 너처럼 자면서 똥을 누는 일 없다. 네 누나는 이제 어린이라서 자다가 쉬 마려우면 스스로 일어나서 오줌그릇에 예쁘게 누고는 다시 잠자리에 눕는다. ‘나는 아기인 만큼 아기답게 놀도록 하라’는 네 말 잘 들었다.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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