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와 함께

 


  석 돌을 꽉 채우지 못한 작은아이는 곧 석 돌을 채우리라. 나는 오늘 작은아이를 생각하며 아직 석 돌 안 된 오늘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남기지만, 우리 작은아이는 곧 석 돌 틀을 깨고 새로운 어린이로 거듭나리라 느낀다. 그러나, 바로 오늘 이 자리, 2013년 7월 28일 밤 11시 53분으로 헤아리며 말하자면, 밤오줌을 가릴 동 말 동 알쏭달쏭한 때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잠이 덜 들 무렵 기저귀를 채우려 하면 스스로 턱 잡아뽑아서 아무 데나 던진다. 참 대단하지. 다만, 우리 집은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천기저귀를 샅에 대기만 하니까, 아이들이 기저귀 싫다 느끼면 언제라도 벗어서 휙휙 던질 수 있다.


  그러나저러나, 나는 큰아이를 키웠고 작은아이도 키운다. 작은아이는 네 아버지가 네 누나를 어찌 키웠는지 하나도 모른다. 그러니, 잠자리에서 아직 깊이 잠들지 않을 무렵 네 샅에 천기저귀 대면 어느새 요것 거추장스럽다면서 휙 벗어던지지만 말야, 네가 깊이 잠들었구나 싶은 때에 슬쩍 대면, 아침까지 요게 그대로 있단다.


  작은아이 너는 요즈막에 밤오줌 거의 가릴 동 말 동 그렇게 하기에, 깊은 밤에 네 샅에 댄 기저귀가 아침까지 안 젖기 일쑤야. 그래도 네 아버지는 그냥 댄단다. 네가 개구지게 놀아 아주 곯아떨어진 날에는 밤에 두어 차례 되게 많이 오줌을 누거든.


  작은아이야, 아버지로서 너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아. 네 누나는 고작 열 달밖에 안 될 적에 단추를 꿰었어. 그런데 너는 세 살이 된 오늘에도 혼자 단추를 못 꿰네. 그렇다고 너를 탓하자는 말이 아니야. 알지? 너 스스로 네 삶을 즐기면서 누리기를 바랄 뿐이야. 그뿐이야. 4346.7.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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