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책방

 


  아이들이 태어나기 앞서, 옆지기와 만나 아기를 밴 뒤, 아기가 갓 태어나고 나서, 아이들이 차츰 자라 스스로 걷는 동안, 이제 뛰고 달리면서 까르르 웃고 노는 아이들이 먼저 앞장서면서, 조그마한 헌책방 찾아다닌다. 조그마한 헌책방도 나이를 먹고, 헌책방지기도 나이를 먹으며, 나도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나이를 먹는다.


  자주 보든 오랜만에 보든 서로 알아보며 인사를 나눈다. 내가 조그마한 헌책방 책시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느끼는 사이에, 헌책방지기는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자라 몰라보게 튼튼해졌는가를 느낀다.


  나무가 나이를 먹듯이 책이 나이를 먹는다. 사람도 나이를 먹고 책방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 사람들이 책방에서 만나 ‘나이 먹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래지 않아 이 아이들 스스로 씩씩하게 책방마실 다니면서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요’라든지 ‘우리 어머니가 지난날에요’ 하는 이야기를 할머니 헌책방지기나 할아버지 헌책방지기하고 도란도란 주고받으리라 생각한다. 4346.7.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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