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9] 오래된 사람
천 해를 살아가는 나무에서 씨앗 한 톨 떨어져
새롭게 천 해를 살아가는 나무로 자랍니다.
사람들도 새 씨앗 내놓아 함께 살아갑니다.
사람들도 하나하나 따지면 모두 ‘오래된 숨’이지 싶어요.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를 묵는 숨. 이리하여 쉰 해, 예순 해, 일흔 해, 여든 해를 더 묵는 오래된 숨.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뿐 아니라, 어린이와 푸름이도 모두 오래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살아서 숨쉬는 사람을 가리켜 ‘오래되었다’고는 말하지 않아요. 열 살이건 백 살이건 모두 똑같은 ‘숨결’일 뿐이에요.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