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 책들

 


  대학교 교수님들이 대학교 도서관이라든지 이런 곳 저런 곳에 당신 책을 기증하곤 한다. 그러면 대학교 도서관이나 이런 곳이나 저런 곳에서 이녁 책을 ‘아무개 교수 장서’라는 이름을 달고 몇 해쯤 건사해 두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 조용히 내다 버리곤 한다. 이렇게 버린 책을 헌책방에서 곧 알아채고는 알뜰히 건사해서 다른 책손이 사들일 수 있도록 다리를 놓지.


  대학교 도서관이나 이런 곳이나 저런 곳에 책을 기증하는 교수님들이 책을 모으는 동안 ‘헌책방에서 적지 않은 책을 찾아내어 모았’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도서관에서 책을 건사해서 학문과 학술을 빛내는 밑거름 되도록 이끌지 못하니, 교수님들로서는 헌책방 나들이를 꾸준히 하면서 당신이 바라는 자료를 살피기 마련이다.


  나는 헌책방을 다니면서 ‘아무개 교수’가 ‘아무개 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한 책들’을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내가 몽땅 사들이지는 못한다. 나한테 쓸모있는 책만 고르고 싶기도 하지만, 이 책들을 어느 도서관에 기증한 마음을 헤아리며 가슴이 아파 선뜻 어느 책도 못 고르기 일쑤이다. 그래도, 아무개 교수님 책들이 이래저래 대학교 도서관 기증도서였다가 버려진 발자국 아로새기려는 뜻으로 몇 권쯤 산다. 다른 책들은 부디 아름다운 책손 만나 오래오래 사랑스레 읽히기를 빈다.


  나이 예순이나 일흔쯤 된 교수님들 뵐 때마다 늘 생각한다. 부디, 교수님들 책 대학교에 기증할 생각 마시고, 예쁜 제자한테 통째로 주거나, 오래도록 단골로 다닌 헌책방에 통째로 넘겨 주십사 하고 바란다. 헌책방에 당신 책 통째로 넘기면, 이 책들 통째로 물려받을 좋은 책손 곧 나오기 마련이다. 한국에서는 도서관이 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에, 헌책방에서 책을 건사해 준다.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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