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놀이 1

 


  빨래터를 청소하다가 미꾸라지 한 마리를 만난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 미꾸라지를 옮긴다. 청소를 끝낼 동안 바가지에서 지내도록 한다. 미꾸라지가 나타나서 살짝 잡아 바가지로 옮긴 뒤부터 아이들은 물놀이를 그치고 미꾸라지 쳐다보기에 바쁘다. 미꾸라지를 처음 본 아이들은 ‘미꾸라지’라는 낱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귀뚜라지’라고 말한다. 집에서 기를는지 논에 풀어놓아야 할는지 다시 빨래터에 놓아야 할는지 큰아이한테 물으니, 이곳에 놓자고 한다. 내가 생각해 보아도, 논에도 풀어놓으면 언제 또 논에 농약 칠는지 모를 노릇이다. 논에서는 외려 살아갈 길이 없다. 빨래터에서는 그나마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빨래터에 낯 씻으러 들르는 사람들 눈에 뜨이지 말아야 한다. 부디 이곳에서 잘 살아남아 다음에 또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바가지를 기울여 놓아 준다.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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