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구슬 콩깍지 문고 6
이태수 그림, 현덕 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7

 


애틋하게 그리면서 크는 마음
― 잃어버린 구슬
 현덕 글,이태수 그림
 아이세움 펴냄,2003.2.20./7500원

 


  어제 아침에 아이들과 마을 빨래터에 가는 길에 물쏘개를 챙기려 하는데, 작은아이 것만 보이고 큰아이 것은 안 보입니다. 한참 찾다가 그냥 마을 빨래터로 갑니다. 마을 빨래터에 닿으니 큰아이가 왜 제 것은 안 가져왔느냐 묻습니다. 그래, 네 것은 도무지 네가 놀고 어디에 놓았는지 안 보여 못 찾았다 말합니다. 큰아이는 마을 빨래터부터 집까지 혼자 다녀오겠노라 말하며 씩씩하게 달려갑니다.


.. 노마는 구슬을 찾아 큰길 우물 앞으로 갑니다 ..  (5쪽)


  전남 고흥 도화면 동백마을 우리 집 마당에서는 마을 큰길 앞에 있는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문을 닫은 흥양초등학교 건물에는 우리 책을 놓아 ‘서재도서관’으로 삼습니다. 걸어서 천천히 가도 3분이면 넉넉하고, 아이들이랑 놀면서 가면 5분이면 너끈합니다. 때로는 학교를 빙 돌아 논둑길과 꽃밭길 사이로 걷곤 합니다. 이러면 10분쯤 걸려요.


  우리 식구 살아가는 동백마을과 이웃 신기마을 지정마을 원산마을 호덕마을, 이렇게 다섯 마을에서 이 학교에 아이들 보냈겠지요. 어느 마을에서건 학교가 빤히 바라보였을 테며, 집안에서든 밭에서든 논에서든 아버지 어머니 들은 일하면서 이녁 아이 웃음소리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날 이 학교 왁자지껄했을 적에는, 국민학교 1학년 어린이도 집부터 학교까지 씩씩하게 걸어다녔으리라 생각합니다. 고갯길 넘거나 냇물 가로지르는 길처럼 먼길도 아니니 수월하게 다녔을 테고, 낮에 학교에서 낮밥 먹는다 하더라도 으레 집까지 달려와서 허둥지둥 밥술 퍼넣은 뒤, 다시 학교로 달려가서 운동장에서 개구지게 놀았으리라 생각해요.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마을에서 함께 배우고, 마을에서 함께 자라며, 마을에서 서로서로 이웃과 동무 되어 마을을 돌봅니다. 백 해 이백 해 오백 해 천 해 이렇게 조그맣게 마을살이 이루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삶을 지어요. 스스로 놀이를 빛내요. 스스로 일을 즐겨요. 마음속에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마음자리에서 꿈을 피웁니다. 대통령이 되거나 뭐가 되어야 꿈이 아닙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 같은 자리란 ‘돈벌이 직업’입니다. 꿈이 아닙니다. 꿈이란, 앞으로 얼마나 아름답게 사랑을 하면서 이야기꽃 피우는 삶 누리고 싶은가 할 때에 꿈입니다.

 

 

 


.. 노마는 살살 집 뒤 버드나무 밑으로 갑니다 ..  (17쪽)


  현덕 님 글에 이태수 님이 그림을 붙인 그림책 《잃어버린 구슬》(아이세움,2003)을 읽습니다. 지난날 어디나 시골이고, 지난날 어디나 흙길이며, 지난날 어디나 아이들이 걱정없이 돌아다니면서 놀고 부대끼고 어울리고 뛰놀던 모습을 살가이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아이는 구슬 하나 잃어 그만 슬프고 서운합니다. 구슬 하나 때문에 아무것 못합니다. 구슬 하나 찾으려고 온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잃은 구슬은 나오지 않고, 마음속 근심은 자꾸자꾸 불거집니다.


  기쁨도 자라지만 슬픔도 자라요. 즐거움도 자라고 아쉬움도 자라요. 그렇다면, 꿈과 사랑도 자라는 한편, 미움이나 짜증도 자랄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구슬이 없어도 잘 놉니다. 나뭇잎으로도 놀고, 돌멩이로도 놀며, 나뭇가지로도 놀아요. 맨손으로 달리기나 뜀뛰기를 하면서 놀아요. 고무줄이나 줄넘기를 안 하더라도 얼마든지 놀아요. 딱지를 치거나 제기를 차야 하지 않아요. 맨몸으로 씨름을 해도 되고, 닭싸움을 해도 되지요.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숲속에 깃들어 숨바꼭질 할 수 있어요.


  구슬을 잃어 아쉬운 마음이라면, 내 것처럼 네 것이 얼마나 소담스러운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내 구슬 잃어 서운한 마음이라면, 내 동무가 무엇 잃었을 적에 함께 눈을 밝히며 찾아 줄 수 있을까요.


  애틋하게 그리면서 크는 마음입니다. 아쉬움도 크고, 사랑도 큽니다. 서운함도 크며, 꿈도 커요. 아이들 마음에 어떤 빛이 깃들며 새록새록 자라고 무럭무럭 클 때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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