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한 줄기

 


  시골에서 쓰는 찬물은 쓰면 쓸수록 차가운 기운이 짙다. 한여름이건 한겨울이건 시골물은 찬물이다. 입으로 마셔서 몸으로 받아들일 때나 손발로 적셔 살갗으로 맞아들일 적이나 언제나 찬물인 시골물이다.


  도시에서 쓰는 물은 언제나 찬물이 아니다. 아무리 쓰고 써도 물 기운은 똑같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도시에서는 찬물을 쓸 수 없다. 도시에서 먼 시골자락 멧골마을 여러 곳을 시멘트 울타리 세워 물을 잔뜩 가둔 댐부터 시멘트관으로 잇고 이어 도시로 끌어들이는 물에는 찬 기운이 서리지 않는다.


  물을 마시거나 물로 살갗을 적시면서 물빛과 물내음과 물맛을 어느 만큼 느끼는가 하고 돌아본다. 도시사람과 시골사람은 저마다 어떤 기운을 물에서 얻는가 헤아린다. 물빛을 바라보며 물을 마시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물내음을 맡으며 물을 쓰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가. 물맛을 짚으며 물을 누리는 사람은 한국땅에 있기는 있는가.


  비오는 날에 비를 기쁘게 맞으며 걷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시골에서 손으로 냇물을 떠서 마시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4346.7.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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