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먼나라 《침묵의 봄》

 


  1962년 미국에서 처음 나온 《침묵의 봄》은 1974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왔고, 1976년에 다시 한 번 나온 뒤, 1991년과 2002년에 새롭게 나옵니다. 화학공장에서 만든 살충제가 벌레만 죽이지 않고 모든 목숨을 끝내 죽이고 말아, 겨울 지나 새로 찾아오는 봄에 ‘죽음과 같은 고요함’만 있다는 이야기를 알리는 책입니다.


  살충제뿐 아니라 자동차와 공장이 가득한 곳에서도 봄은 조용합니다. 쥐 죽은 듯이, 아니 쥐도 죽고 벌레도 죽으며 새도 죽어서 조용합니다. 숲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데에는 자동차와 공장과 기계와 손전화 소리가 가득 퍼집니다. 싱그러운 소리란 없고 죽음을 부르는 소리만 있습니다. 목숨을 살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목숨을 짓밟는 소리만 넘칩니다.


  며칠째 시골마을 하늘을 짓찢는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날아다닙니다. 창문조차 열 수 없도록 떠도는 헬리콥터입니다. 마을 할배들 봄 여름 가을 가리지 않고 논밭에 농약 뿌려댈 적에도 숨이 막혀 창문도 못 열며 갑갑합니다.


  고속도로 곁에서 창문 활짝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항 곁에서 창문 시원스레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장과 발전소 곁에서, 또 골프장 곁에서 창문 마음껏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널지 못하며, 아이들이 뛰놀지 못하는 데는, 어떠한 사람도 착하거나 참답거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없는 죽음터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죽음터에서 죽음으로 치달으면서 아이들까지 죽음수렁으로 내몹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입시지옥까지 곁달리니, 이 나라 아이들은 그예 죽은 듯이 사는, 아니 산 듯이 죽은 숨결이 되겠지요.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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