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과 전두환

 


  축구선수 기성용은 예전에 대통령 자리에 있던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알까. 군사쿠테타를 일으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다가 물러난 전두환은 축구선수로 뛰는 기성용이라는 사람을 알까. 두 사람은 서로를 알는지 모르고, 서로를 모를는지 모른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한 가지 모습이 꼭 닮았다. 이녁 스스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퍼지는가를 모르고, 이녁 스스로 하는 일을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른다.

  전두환이라는 사람한테 물린 ‘죄값’이나 ‘추징금’은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에 따지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따질 수 있었다. 그리고, 전두환이라는 사람한테 물리는 죄값이나 추징금은 아직 ‘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기성용이라는 축구선수가 저지른 ‘잘못’이나 ‘바보스러운 몸가짐’은 이녁이 훨씬 젊거나 어릴 적에 저질렀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도 이러한 잘못과 바보스러운 몸가짐을 되풀이하니까 뭇화살을 맞는다.


  내가 전두환이라는 사람을 봐주느니(용서하느니) 감싸느니 하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전두환이건 누구이건 ‘사람 탓’을 하지 말라는 옛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렇게 흐르도록 내몬 제도권 톱니바퀴 얼거리를 따질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두환이라고 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늘까지도 예쁘지 않고 착하지 않으며 참답지 않다. 참 슬픈 노릇이다. 스스로 사람다움을 찾지 않으려는 모습은 얼마나 가녀리며 딱한가.


  내가 기성용이라는 사람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말할 까닭조차 없다. 그런데 참 안쓰럽고 안타깝다. 그 아름다운 스물너덧 풋풋한 나이에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아갈 낌새가 안 보이니 안쓰럽고 안타깝다. 기성용은 하루빨리 아기를 낳아 아이가 자라 보아야 무언가 깨우칠까. 철없이 살아가면 기성용 스스로한테뿐 아니라, 옆지기와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 모두한테까지 나쁘게 퍼지는 줄 조금도 못 깨달을까.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사람됨이 엉망이라면 기쁘지 않다. 그림이 아무리 훌륭해도 착한 넋이 없으면 반갑지 않다. 만화도 사진도 노래도 춤도 이와 같다. 손재주 발재주 몸재주 좋다 한들 무엇이 대수로울까. 아름다운 사랑이 없다면 빼어난 손재주나 발재주나 몸재주는 한낱 ‘다람쥐 쳇바퀴질’에서 그친다.


  기성용도 전두환도 착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나는 국가대표 선수들 공차기보다 동네 아이들 공차기가 훨씬 재미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동네 아이들이 서로 다투고 혼자 공 차지하겠다며 동무한테 건네주지 않고 다툼질을 하면, 동네 아이들 공차기마저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기성용 선수여, 축구라는 운동경기를 이녁 혼자서 하는가? 전두환 할배여,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이녁 혼자서 맡아 나라를 돌보는가? 제발 제 넋 좀 찾기를 빈다. 4346.7.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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