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엊저녁 아이들 밥을 차려서 먹이고 난 다음 만화책 《은빛 숟가락》 셋째 권을 읽는데, 딱 15분이면 어떤 밥감(식재료)가 있어도 한 끼니 차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흐른다. 살짝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가? 그래, 두 아이와 살아가면서 15분이면 밥차리기에 넉넉하다. 때로는 5분만에 후딱 차릴 수 있기도 하다. 밥차리기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마음 기울이기에 따라 다른 노릇 아닌가.


  칼질 한 번에 달라지고 손질 한 번에 바뀐다. 물 한 번 끓이면서 밥차림이 바뀌고, 접시에 어떻게 얹느냐에 따라 참말 모든 것이 달라진다. 냄비로 밥을 끓일 적에는 처음에 불을 좀 세게 하면 더 빨리 밥을 지을 수 있다. 조금 센 불로 하면서 밥뚜겅 틈틈이 열어 나무주걱으로 슬슬 뒤집으면 더 빨리 밥을 짓기도 한다. 다만, 밥뚜껑 열며 밥을 뒤집으려면 물을 좀 넉넉히 붓고 끓여야 하는데, 물이 모자라다 싶으면 더 부어도 된다.


  밥이란 몸을 살찌우는 먹을거리이면서, 마음을 북돋우는 기운이 된다고 할까. 밥이란 몸을 돌보는 먹을거리이면서, 마음을 사랑하는 빛이 된다고 할까. 밥 한 끼니 차리는 데에 꼭 15분이면 넉넉하기도 하지만, 밥을 차리느라 한 시간 십오 분을 써도 아깝지 않다. 그만큼 즐겁게 웃으면서 차리면, 한 시간 아닌 두 시간을 들여도 기쁘다. 4346.7.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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