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 쓰기

 


  부엌칼을 갈아서 쓴다는 생각을 한 지 몇 해 안 된다. 이러고도 집살림 맡아서 한다니 참 어설픈 사람인데, 칼이 무디면 무딘 대로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지난겨울쯤 비로소 숫돌을 하나 장만해서 부엌에 두었는데, 막상 아침저녁으로 칼질을 할 적에 숫돌을 꺼내어 칼을 갈아서 쓰지 못했다. 1∼2분쯤 들여 칼을 갈고서 쓰면 될 노릇이나, 이렇게 마음을 쓰지 못했다.


  어제 아침을 차리며, 이래서는 안 될 노릇이라 생각하며, 아이들이 밥 달라 칭얼거리더라도 칼부터 갈자고 생각한다. 숫돌을 꺼내 개수대에 기대고는 칼을 간다. 낫을 갈듯 칼을 간다. 한 번 갈고서 무를 써니 예전보다 조금 낫다. 무를 썰어 국냄비에 넣은 다음 칼을 또 간다. 감자를 썰고서 다시 한 번 간다. 고구마를 썰어 본다. 그리고 한 차례 더 칼을 간다.


  칼을 갈아서 쓰니 꽤 낫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한다. 누가 잡아가지 않고, 누가 등을 떠밀지 않는다. 느긋하게 칼을 갈면서 밥을 차리자. 4346.7.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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