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Silver Spoon 5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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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51

 


좋은 사람으로 살기
― 은수저 5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3.5.25./5500원

 


  꽃도 바람을 마시고 살아갑니다. 벌레도 바람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사람도 바람을 마시며 살아가요. 지구별에서 바람을 안 마시며 살아갈 수 있는 목숨은 없습니다. 밥도 먹고 물도 마셔야 살아가는 목숨일 테지만, 다른 무엇보다 바람을 마시지 않으면 누구나 숨을 잇지 못해요.


  집도 숨을 쉬고 책도 숨을 쉽니다. 연필도 숨을 쉬고 호미도 숨을 쉽니다. 어느 것이든 숨을 쉽니다. 목숨이 없다고 여기는 쇠붙이와 플라스틱 또한 숨을 쉬지요. 그래서 집은 숨을 쉬고 뱉으면서 제자리를 지킵니다. 쇠붙이와 플라스틱도 숨을 쉬고 뱉으면서 둘레에 쇳내음과 플라스틱내음 퍼뜨립니다.


  바람이 맑구나 싶은 곳은, 이곳 둘레에 있는 목숨들이 맑은 숨결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바람이 안 맑구나 싶은 곳은, 이곳 둘레에 있는 목숨들이 안 맑은 숨결로 살아가기 마련이에요. 쓰레기 가득 쌓인 곳에서는 쓰레기내음이 나지요. 찻길에서는 아스팔트내음이 나고, 아파트에서는 시멘트내음이 나요. 숲에서는 풀내음과 나무내음과 꽃내음이 납니다. 모두들 숨을 쉬고 뱉습니다.


- “어머니나 쌍둥이 동생들은 야구 응원하러 안 와?” “글쎄. 집안일이 바빠서.” (9쪽)
- “고교야구는 한 번만 져도 끝나는 거지?” “응.” “고시엔에 가려면 한 번도 지면 안 되는 거, 맞지?” “여름엔, 가을에는 선발이니까.” “그리고, 거기서 또 프로가 된다는 꿈을 이룬다는 건.” “그래, 모두가 프로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은 한손에 꼽을 정도지.” (59쪽)

 


  아이들이 나무로 깎은 장난감을 갖고 놀면 나무내음을 마십니다. 아이들이 플라스틱으로 찍은 장난감을 갖고 놀면 플라스틱내음을 마십니다. 집안 살림살이가 나무로 짠 것들이라면 나무내음이 온 집안에 감돕니다. 집안 살림살이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들이라면 플라스틱내음이 온 집안에 떠돌아요.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냄새를 맡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려는 대로 숨을 들이켭니다. 스스로 살고 싶은 결대로 맑은 숨이나 안 맑은 숨을 마십니다.


  어른들이 곱고 상큼한 말마디로 이야기꽃 피우면, 아이들은 저절로 곱고 상큼한 말마디를 배웁니다. 어른들이 곱지 않고 상큼하지 못한 말마디를 자꾸 쓰면서 말버릇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아이들 또한 곱지 않고 상큼하지 못한 말마디를 자꾸 쓰면서, 말버릇뿐 아니라 마음가짐과 생각 또한 곱지 않으면서 상큼하지 못한 길로 접어듭니다. 삶이 그대로 생각이 되고, 생각이 고스란히 말로 나타납니다. 말은 생각을 보여주고, 생각은 삶을 드러냅니다.


- “자! 이 개를 여기서 기르면 안 됩니까?” “왜 안 돼? 여기 돌아다니는 고양이도 다 주워 온 놈들이고, 어차피 온 교내가 동물 천지니까, 한두 마리 는다고 보이지도 않아요.” (13쪽)
- 하치켄이 왜 그렇게 마음이 좋은지 알겠어. 펫도 그렇지만, 아버지나 본인 스스로나 자기에게 너무 많은 걸 강요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19쪽)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을 생각합니다. 좋은 밥과 좋은 꿈과 좋은 사랑을 생각합니다. 좋은 집과 좋은 보금자리와 좋은 살림을 생각합니다.


  ‘좋다’고 할 적에는 ‘비싸다’하고 같지 않습니다. 비싼 물건은 비쌀 뿐입니다. 값있는 물건은 값있을 뿐입니다. 좋다고 말하려면 좋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생각을 싹틔우며 좋은 사랑이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좋은 책이라 한다면, 사람들 스스로 좋은 삶으로 거듭나서 좋은 이야기를 퍼뜨리도록 이끌겠지요.


  그런데, 제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사람들 스스로 좋은 마음 되고 좋은 눈길 되지 않는다면, 좋은 이야기가 어떻게 좋고 얼마나 좋은가를 못 알아채곤 해요. 좋지 않은 넋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일깨우는 좋은 책도 있다고 할 만하지만, 마음밭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일깨울 수 있는 좋은 책이란 없다고 느껴요. 스스로 마음을 열어 좋은 씨앗을 심으려 하는 매무새일 때에, 좋은 책도 비로소 좋은 책으로 스며들어요.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한테는 ‘좋은’ 책이 아닌 ‘훌륭한’ 책이나 ‘뛰어난’ 책이 될 뿐이에요.


- “축제를 만들어 가는 신바람을 잘 못 따라가겠어. 우린 중학교 때 그런 행사가 없었거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팍팍 생각해서 내놓지 않으면 피자파티 때처럼 얼떨결에 성가신 일만 떠맡게 될걸?” “윽.”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69쪽)
- “미카게는 이렇게 일찍부터 기운도 좋다. 안 피곤해?” “어? 물론 피곤하긴 하지. 음, 그래도 농번기의 일손 돕기에 비파면 편한 거야!” (175쪽)

 


  아라카와 히로무 님이 그린 《은수저》(학산문화사,2013) 다섯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두고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떠한 꿈을 가리켜 좋은 꿈이라 할 만할까요. 어떠한 이야기를 놓고 좋은 이야기라 하는가요.


  도와주기를 바라는 남들한테 무엇이든 서글서글 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까요. 내 몫을 바라지 않으며 손을 내미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까요. 아마,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좋은 사람이 되기는 될 테지요. 그렇지만, 참으로 좋은 사람이란, 스스로 좋게 살아가고 싶은 길을 생각해서 좋은 마음 되어 씩씩하게 한길을 걸어갈 때에 좋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고 느껴요. 스스로 좋은 마음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좋은 꿈을 지으며, 스스로 좋은 사랑을 나눌 때에 참답게 좋은 사람으로 빛나리라 느껴요.


- “넌 겉으로 봐선 괜찮은 것 같잖냐.” “가축은 다치면 즉각 살릴지 죽일지 선택해야 한단 말이야. 아까 그 소도 만약 고관절이라도 탈구됐으면 오늘 저녁에 처리장에 보낸다구.” (80쪽)
- “선생님께 말해서 시간 외 연습을.” “안 돼!” “왜! 못하니까 다른 애들보다 배로 연습해야지.” “안 된다니까! 말도 휴식이 필요해! 피로가 쌓여서 다치기라도 하면 살처분당할 수도 있단 말이야! 혼자서는 못하는 경기니까 말도 생각해 줘야 하는 거잖여!” (108쪽)


  좋은 말과 나쁜 말은 따로 없습니다. 스스로 좋은 마음을 담으면 좋은 말이 됩니다. 스스로 나쁜 말을 실으면 나쁜 말이 돼요. 좋은 글과 나쁜 글도 따로 없어요. 스스로 좋은 생각을 적바림하면 좋은 글이 됩니다. 스스로 나쁜 생각을 감추면 나쁜 글이 돼요.


  좋은 모습을 바라보며 좋은 이야기를 일구면 차츰차츰 좋은 사람으로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좋은 일과 놀이를 즐기며 좋은 말을 나누면 시나브로 좋은 삶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돌아보기에 가장 좋다고 싶은 길을 걸어갈 때에 좋은 하루가 되고, 스스로 헤아리기에 가장 좋구나 싶은 뜻을 펼칠 때에 좋은 누리가 되리라 생각해요.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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