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 하늘타리잎 큰멋쟁이나비 2013.6.28.

 


  나비가 살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 나비가 자라려면 어떤 터전이어야 할까. 나비가 알을 낳고, 이 알이 깨어나려면, 또 깨어난 알에서 자랄 애벌레가 씩씩하게 크려면, 어떤 보금자리가 이루어져야 할까. 나비가 알을 낳고 깨어나는 데와 나비가 알을 못 낳고 깨어날 수도 없는 데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한여름으로 접어들며 온갖 나비를 두루 만나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사람들만 왁자지껄 부산스레 모여서 살아가는 데에서는 나비를 만나기 몹시 어렵다. 그래도 나비는 도시 한복판 어디엔가 있는 풀섶에 깃들어 알을 낳고는 목숨을 잇는다. 느긋이 앉아서 먹을 꽃가루 하나 찾기 어려운 도시에서조차 나비는 사람들한테 말을 건다. 비록 도시사람 누구나 제 갈 길과 제 할 일에 바빠 나비춤을 쳐다보지 않지만, 게다가 나비는 가녀린 팔랑날갯짓으로 낮게 날다가 자동차에 치이고 버스에 치이며 사람들 발에 밟히지만, 그래도 사람들한테 말을 걸려고 도시 한복판에서조차 드문드문 알을 낳으며 살아간다. 우리 집 나비들은 어떠할까. 우리 집 나비들은 살 만할까. 우리 집 나비들은 내려앉을 꽃송이 넉넉히 누리면서 즐겁게 짝짓기를 할 만할까. 하늘타리 잎사귀 뻗는 돌울타리 한쪽에 앉아서 쉬는 큰멋쟁이나비 한 마리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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