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읽는 책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살아가기 때문에 마음이 달라, 똑같은 책을 놓고 얘기하더라도 다 다른 생각이 나옵니다. 이 사람은 이러한 삶에 바탕을 두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 사람은 저러한 삶을 발판 삼아 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풀 한 포기 바라보는 사람들 생각이 다 다릅니다. 나무 한 그루 마주하는 사람들 마음이 모두 다릅니다. 숲에 깃들 무렵 사람들 느낌이 저마다 다르겠지요. 아파트를 때려짓든 공장이나 발전소를 엄청나게 세우든 관광단지로 만들거나 고속도로 지나갈 길을 닦거나, 사람들 말이 하나하나 다릅니다. 도룡뇽을 비롯해 작은 목숨들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고,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율을 따지는 사람이 있어요. 삶과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진보와 문명과 문화와 발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책을 이렇게 읽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이 책을 저렇게 다루기에 밉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삶에 맞추어 다 같은 책을 다 다르게 생각합니다. 곧, 책이란, 다 다른 삶을 그리는 이야기꾸러미가 되겠지요. 다 다른 사람한테 다 다른 생각으로 스미는 생각주머니가 되겠지요.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깨쳐 슬기로운 길을 걷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안 읽더라도 생각을 일으켜 슬기로운 삶을 짓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지만 마음도 생각도 열지 않고 지식더미를 쌓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안 읽는데에도 그예 지식조각 정보부스러기 잔뜩 껴안습니다. 4346.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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