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53] 얼음
여섯 살 큰아이하고 세 살 작은아이하고 놀면서 곧잘 〈아기공룡 둘리〉 주제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얼마 앞서까지 아버지가 이 주제노래에서 “빙하 타고 내려와”를 “얼음 타고 내려와”로 고쳐서 부른 줄 못 느꼈습니다. 엊저녁에 다 함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를 보는 자리에서 여섯 살 큰아이가 문득, “아버지, ‘얼음’이 아니라 ‘빙하’잖아요.” 하고 한소리 합니다. 이제 큰아이는 노랫말 어느 만큼 알아듣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이야, 네 아버지가 왜 ‘빙하’를 ‘얼음’으로 바꾸었을까?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니? 시골사람이 그 만화영화를 본다면, 백 해나 이백 해쯤 앞선 옛사람이 그 만화영화를 본다면, 아기공룡 둘리가 ‘무엇’을 타고 한국 서울 한강으로 흘러들었다고 여길까? 너는 ‘빙하’가 무엇인 줄 아니? 너는 ‘얼음’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4346.6.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