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에는
아이 손에 무엇을 쥐어 줄 때에 즐거울까 생각해 본다. 아이가 손에 무엇을 쥘 때에 기쁠까 헤아려 본다. 아이로서는 아이답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살아갈 때에 예쁘고, 어른으로서는 어른답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살아갈 때에 아름답다.
아이 손에는 장난감이 없어도 된다. 아이 손에는 돈이 없어도 된다. 아이 손에는 꽃잎 하나 있어도 즐겁고, 아이 손에는 나뭇가지 하나 있어도 재미있다. 어른 손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돈과 카드 두툼히 담긴 지갑이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손전화 기계 있어야 할까. 어른 손에는 자동차 열쇠나 골프채나 사진기가 있어야 할까.
아이도 어른도 손에 힘을 놓은 채 새근새근 잠든다. 아이도 어른도 손에서 힘을 빼며 서로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손에 보석을 쥐면 사랑을 놓아야 한다. 손에 돈을 쥐면 꿈을 놓아야 한다. 손에 책을 쥔다면? 손에 책을 쥔다면 달라질 만할까? 손에 책을 쥐는 사람은 아름다울까? 그러면 아무 책이나 쥐어도 아름다울까? 어떤 책을 손에 쥘 때에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이라면, 나무 한 그루 곱게 껴안을 수 있겠지.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손에 담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이들 손을 따스하게 잡고서 들길과 숲길 씩씩하게 걸을 수 있겠지. 개구리 노랫소리 잦아드는 새벽녘 네 시, 두 아이 머리카락 쓸어넘기고 가슴을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조그마한 손 살짝 잡아 본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