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만

 


  참 좋다고 느끼는 책이지만 돈이 생기기를 기다리며 미루는 책이 있다. ‘좋다 어떻다’ 느끼기 앞서, 또 주머니에 돈 있느냐 없느냐 따지지 않고 장만하는 책이 있다.


  참 좋다고 느끼면서도 주머니가 너무 후줄근해서 쉽지 않네 하고 생각하는 책은 그만 때를 놓쳐 한두 해 훌쩍 지나가는 바람에 품절이나 절판되어 못 장만하는 일을 으레 겪는다. ‘좋다 어떻다’ 느끼기 앞서 곧바로 장만하느라 살림돈 바닥났어도 맞아들인 책은 오래오래 즐겁게 읽을 뿐 아니라, 바닥난 살림돈을 채울 만한 다른 여러 가지 일거리 같이 찾아오면서 이럭저럭 하루하루 보내곤 한다.


  여러 가지 책을 책상맡에 늘어놓고 곰곰이 생각한다. 여러 가지 책을 책상맡에 놓고 보면, ‘한 번 읽어야지’ 하고 느끼는 책이랑 ‘두고두고 읽어야지’ 하고 느끼는 책이 갈린다.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들추지 않겠구나 싶은 책이 보이고, 나중에 언제라도 새삼스레 들추며 새롭게 누릴 책이 보인다. 아무튼 장만하고 볼 책이라고 느낀다. 내가 사랑할 책은 내가 사랑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하지 못할 책은 내 서재도서관에 꽂혀 내 이웃들이 사랑할 책이 된다. 또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사랑할 책이 되겠지.


  돌이켜보니, 그동안 책값으로 돈을 얼마를 썼든, 이제껏 잘 살았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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