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나쁜 책

 


  좋은 마음으로 잘 읽으면 좋은 책 됩니다.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으면 나쁜 책 되지요. 좋은 마음으로 잘 읽을 때에는 어떤 이야기라 하더라도 아름답게 거듭납니다.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을 때에는 어떤 이야기라 하더라도 얄궂게 흐리멍덩해져요. 좋은 마음으로 잘 읽는 사람은 스스로 눈을 밝혀 사랑스러운 책을 하나둘 맞아들입니다.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는 사람은 스스로 눈을 밝히지 못해 사랑과 동떨어진 책만 차곡차곡 쌓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잘 읽기에 책밭을 북돋우는 꿈날개 펼칩니다. 나쁜 마음으로 제대로 못 읽기에 책밭도 책마을도 책삶도 헤아리지 못하고 말아요.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삶 꾸리는 사람이 좋은 사랑으로 읽을 때에 좋은 책입니다. 좋은 책이란 있을까요. 좋은 꿈을 꾸며 좋은 사랑으로 좋은 이야기 이루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책이 있어요.


  책은 나쁠 수 있을까요. 사람이 나쁠 수 있으면 책이 나쁠 수 있어요. 나쁜 책이란 있을까요. 나쁜 사람이 있으면 나쁜 책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책은 언제나 책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책을 새롭게 빚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이 책을 읽는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짚으며 알려주지 않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다리를 놓을 뿐입니다. 아름다운 마음밥 일구었어도, 책을 손에 쥔 사람이 아름다운 마음밥인 줄 깨닫지 못하면 책빛이 사그라들어요. 엉성하거나 어설픈 지식밥이나 정보밥이라 할지라도, 책을 손에 쥔 사람이 따사로운 손길과 눈길로 어루만지면, 시나브로 책빛이 환합니다.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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