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52] 먹꾼
우리 옆지기는 먹꾼입니다. 먹을거리 있으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속이 더부룩하다 못해 얹혀서 다시 입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퍼먹고 맙니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자꾸만 속이 아프도록 밥을 집어넣습니다. 어떻게 보면 입에 쑤셔넣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이리하여 옆지기는 먹을거리를 잔뜩 뱃속에 넣고 나서 한꺼번에 게웁니다. 먹고 게우기를 되풀이합니다. 밥을 즐기지 못합니다. 밥을 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배가 고프지요. 배가 아프면서 고파요. 어떤 아픔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뱃속에서 먹을거리를 삭히지 못하는 몸이란, 뱃속으로 먹을거리를 끝없이 집어넣도록 이끄는 마음이란, 어떤 아픔이 쌓여 이런 얼거리가 될까요.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먹보라 한다면, 밥을 자꾸자꾸 퍼넣고 마는 아픈 사람들은 먹꾼이 될까요.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