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청소
오늘은 우리 동백마을 ‘마을 청소’ 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 식구는 안 간다. 아이들 어머니는 미국에 있고 나 혼자 두 아이를 돌보니, 아무리 새벽 다섯 시 반부터 청소를 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두고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어제 낮에 아이들 데리고 마을 빨래터에 가서 빨래터 청소를 한다. 풀베기야 요새는 다 기계를 써서 슥슥 밀고, 가장 품을 많이 들이는 일이 바로 빨래터에 낀 물이끼 벗기기이니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는 마을 청소가 안 내킨다. 마을 청소라 하지만, 마을 고샅 곳곳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들풀을 모조리 베어내거나 뽑는다. 제대로 된 청소를 하자면, ‘비닐’ 조각들 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이며 밭이며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태우는 온갖 쓰레기들부터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운동 벌이며 시골집 지붕으로 쓰던 석면(슬레트) 조각을 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풀은 너무 크게 자랐으면 조금 베고, 다른 풀은 그대로 두어야지 싶다.
이른 새벽부터 이웃집 풀 베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낫으로 베는 소리가 아니라 기계가 기름 먹으며 윙윙 돌아가는 소리이다. 나는 기계 윙윙 돌리는 소리 들으면 골이 아프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골이 띵하다.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