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모기·무당벌레 책읽기
마당에 친 천막에서 아이들이 논다. 문득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나비 들어왔어요!” 그래? 그러면 너희가 나비 나가도록 해 주면 되지. 아이들은 나비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조그맣게 예쁜 나비가 천막으로 들어왔다. 옳거니. 부전나비로구나. 노란 빛깔이 환해서 천막으로 들어왔니? 넓적한 책을 들어 살살 모는데 안 된다. 두 손으로 잡을까 두 손가락으로 집을까 하다가 살며시 손등을 내밀어 본다. 아, 나비가 내 손등에 앉는다. 그래 그래, 잘 했어. 이렇게 밖으로 나가면 돼.
내 손등에 앉은 나비가 얌전히 있다. 천막에서 나와 마당에 선다. 나비가 한동안 쉰다. 천막에서 마구 날갯짓하느라 힘들었지. 조금 쉬다가 가렴. 손을 든 채 있다가 큰아이더러 사진기 가져다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큰아이가 느릿느릿 방으로 들어가 사진기를 가져온다. 그러나 큰아이가 다시 마당으로 내려설 무렵, 나비는 팔랑 하며 날아간다.
아침에 똥을 누는데 왼 발등이 간지럽다. 뭔가 하며 내려다보니 모기 한 마리 앉아서 피를 빤다. 요놈 너한테 간이 얼마나 크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참말 간이 부었구나. 왼손을 뻗어 휘휘 젓는다. 피를 빨던 모기가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내뺀다. 바로 옆에 있는 파리채 들어 찰싹 내리칠까 하다가 그만둔다. 꼬리 빼는 모습이 가엾다. 너 오늘은 살렸지만 다음에 또 붙으면 그때에는 그냥 손바닥으로 철썩 내리치면서 납짝꿍 될 줄 알아.
이불 한 채 빨아서 마당에 넌다. 한 시간쯤 지나 이불을 뒤집는다. 반쯤 뒤집을 즈음 왼손등에 넉점무당벌레 한 마리 앉는다. 응. 등판에 무늬가 넉 점? 넉 점 무늬만 있는 무당벌레도 있었나? 아무렴. 내가 모르는 무당벌레가 한둘이겠니. 너희도 너희대로 모두 다른 목숨이고 삶일 텐데. 이불을 뒤집다가 말고는 물끄러미 무당벌레를 바라본다. 넌 어디에서 날아오다가 내 손등에서 쉬니.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가려 하니. 우리 집 둘레에는 맛난 풀 많으니, 너도 여기에서 날개도 쉬고 밥도 먹다가 네 갈 길을 찾아서 가렴.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