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배우는 마음

 


  지난 유월 십이일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옆지기한테서 유월 이십일에 전화 옵니다. 어제도 전화 한 통 왔어요. 오늘 유월 이십일로 이달 공부는 끝났는데 이듬달 칠월에 또 한 차례 있고, 그 다음달 팔월에 다시 한 차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물었어요. 처음 미국으로 갈 적에 옆지기한테 한 말을 다시 합니다. 해야 하고 할 만한 몸(체력)이 되면 여러 달 있어도 되니까, 있을 만하면 더 있으라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열흘만데 다시 가야 하면 비행기삯 카드로 긁어도 많이 벅차니, 그곳에서 알바 자리라도 찾아보라고.


  오늘 옆지기는 그동안 머물 곳을 찾았다면서, 미국에 있는 사촌동생(촌수가 맞나?) 집으로 왔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칠월과 팔월에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이며, 나더러 여권 만들어 놓고, 때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도 여권을 만들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나는 그만두기로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순천조차 굳이 나가고 싶지 않고, 부산이든 인천이든 서울이든, 꼭 가야 하는 볼일 아니면 애써 움직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조용히 아이들과 놀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재운 새벽에 글을 쓰고, 아침에 아이들 먹인 뒤 살짝 쉬었다가, 자전거를 타든 두 다리로 걷든 마실을 다니며, 그러고서 작은아이 낮잠을 재우면서 나도 함께 자고, 이때에 큰아이도 졸립다 하면 함께 재우지요.


  여섯 살 세 살 아이 둘 데리고 열일곱 시간 넘게 걸리는 하늘길을 가 볼까 싶기도 하지만, 한번에 날아가는 길도 아니고, 일본에서 한 번 쉬었다 간다는데, 한국에서 기차나 시외버스 타고 움직이는 마실길 아닌 먼 미국까지 가자니 살짝 엄두가 안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먼 마실길 다녀오면 새롭게 보고 느끼며 깨닫는 이야기 많겠지요.


  마당에 천막을 칩니다. 엊저녁부터 비가 개며 마당이 많이 마릅니다. 후박나무 그늘에 천막을 치고 싶지만, 나무그늘 밑은 아직 다 안 마릅니다. 평상 옆에 천막을 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무얼 하는지 일찌감치 알아채며 맨발로 마당으로 내려와 빙그레 웃습니다. 마루에 앉아 만화책 보는 큰아이한테 마당 한번 보라 하니 싱긋 웃으면서 동생처럼 맨발로 천막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앞으로 두 달 더 씩씩하게 공부를 할 테지요. 아이들 아버지는 앞으로 두 달 더 다부지게 아이들과 뒹굴며 뛰놀겠지요. 서로서로 좋은 마음 배우면서 하루를 잘 누리겠지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