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없는 시골

 


  시골마을에 가게 하나 없습니다. 시골에는 면소재지쯤 되지 않고서야 가게 하나 없습니다. 예전에는 마을에도 조그마한 가게 하나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 시골에 젊은이와 어린이 거의 안 남다 보니, 가게에 들러 막걸리 한 병 과자 한 봉지 살 사람이 없어요.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는 굳이 가게에 들러 이것을 사거나 저것을 사야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는 어디에나 가게가 있습니다. 작은 동네에 작은 가게 여러 곳 마주보기도 합니다. 도시에서는 가게가 없다면 풀 한 줌 열매 한 알 얻지 못해요. 들이나 숲이 곁에 없는 이 나라 도시인 만큼, 마실거리와 먹을거리 모두 가게에서 얻어야 합니다. 아이들 놀잇감도, 어른들 즐길거리도, 모두 가게에서 사야 하기에, 도시는 온통 가게투성이입니다.


  시골 면소재지 가게는 느즈막히 열어 일찍 닫습니다. 시골 면소재지와 읍내 가게는 일요일에 으레 닫습니다. 그렇다고 시골사람한테 딱히 번거롭거나 못마땅하거나 어려운 대목 없습니다. 시골에는 시골답게 숲이 있고 냇물 흐르며 멧자락 우거지고 바다가 빛나면 돼요. 숲이 맑은 바람 베풀고, 냇물이 싱그러운 물 베풀어요. 멧자락이 푸른 숨결 베풀고, 바다가 파란 사랑 베풀어요.


  빗줄기 둑둑 듣는 날, 가만히 마루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빗내음 먹습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