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책읽기
영화 〈스윙 걸즈〉를 보면, 날라리처럼 나오는 어느 사내아이가 ‘온누리에는 두 갈래 사람이 있다’고 두 차례 말하는 대목이 있다. 온누리 사람들을 두 갈래로 나누는 모습이 살짝 재미있다고 느끼다가는, 나도 내 나름대로 온누리 사람들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볼까 하고 헤아려 본다.
다른 무엇보다, ‘제비집을 아는 사람’과 ‘제비집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누어 본다. 또, ‘제비집을 본 사람’과 ‘제비집을 못 본 사람’으로 나누어 본다. 그리고, ‘처마에 제비집 건사하는 사람’과 ‘처마도 없고 제비집도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을 나누어 본다.
전남 고흥 읍내 제비집마다 새끼 제비 짹짹 노래한다. 어미 제비더러 얼른 먹이 물어 달라며 짹짹 노래한다. 조그마한 제비집마다 너덧 마리 새끼 제비가 노래한다. 조그마한 제비집이 터질 듯하다.
머잖아 새끼 제비들 모두 날갯짓 익혀 훨훨 노닐겠지. 부디, 이 깊디깊은 고흥 읍내에서도, 또 고흥 시골마을에서도, 자동차에 치이지 말고 농약 마시지 말며 씩씩하게 잘 살아남아 가을 끝자락에 중국 강남으로 돌아가서 이듬해에 즐겁게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빈다. 제비와 이웃이 되고, 제비집 아끼는 사람 해마다 하나씩 둘씩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