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기다리는 자동차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걷는 사람을 못 기다린다. 나는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자동차가 앞에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사람)가 먼저 자동차(기계)보다 앞에서 가야겠다’고 몸짓으로 말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힘드니까, 아이들을 자동차물결 멈출 때까지 세워 둘 수 없고, 아이들이 자동차한테 치여 시달리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쪽을 아예 안 쳐다본다. 너희(자동차,기계)가 내(사람,아이들) 앞에서 멈추지 않으면 어쩌겠느냐고 생각한다. 사람이 먼저이지, 기계가 먼저 아니라고 몸짓으로 외친다.


  문득 내 어릴 적에 숱하게 본 온갖 모습이 떠오른다. 내 어머니도, 이웃 아주머니도, 아이들 이끌고 다닐 때에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걸어다니’셨다. 아이 손을 잡고 씩씩하게. 다들 혼잣말처럼 읊으셨다. “사람이 지나가는데 차가 뭐야. 아이들보고 비키라는 거야. 넓은 데로 다녀야지, 왜 사람들 다니는 좁은 길로 들어와서 저래.” 하면서 가야 할 길을 다 가도록 여느 걸음걸이 그대로 지키곤 했다. 또, 어떤 아주머니들은 한손에 아이 하나씩 단단히 붙잡으면서 건널목을 야무지게 건너곤 했다. 이 아주머니들 볼 적마다 ‘그래, 그렇지. 아이들이 건너야지. 자동차가 기다려야지.’ 하고 느꼈다.


  두 아이와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지난날 일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자동차들이 사람을 못 기다리겠다고? 그러면 사람을 치고 지나가겠다고? 못 기다리겠으면 자동차에서 내리셔요. 자동차에서 내려 두 다리로 걸으셔요. 걸어갈 때가 가장 빠르답니다.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거리지 말아요.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거리는 자동차는 벼락을 맞기 마련이랍니다. 4346.6.18.불.ㅎㄳㄱ

 

(최종규 . 2013 - 책 헌책방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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