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빨래

 


  손으로 비비거나 기계로 비빈다고 해서 빨래를 마무리하지 못한다. 언제나 햇볕이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 주면서, 모든 빨래를 마무리한다. 곧, 빨래를 하자면, 물과 비누와 튼튼하고 씩씩한 손발에다가, 싱그러운 바람이랑 따사로운 햇볕이 나란히 있어야 한다. 빨래를 널어서 볕바라기 시키는 둘레에 풀밭이 있거나 숲이 있거나 나무가 있으면 훨씬 좋겠지. 이때에는 풀내음 숲내음 나무내음 옷가지마다 살포시 깃들 테니까.


  다 말린 옷가지라 하더라도 장마가 지나거나 비 여러 날 뿌린 뒤에는 시나브로 눅눅해진다. 이런 옷가지는 다시 빨더라도 눅눅함이 가시지 않는다. 눅눅함을 빼려면 바로 햇볕이 있어야 한다. 햇볕 쨍쨍 내리쬐는 마당에 착착 널면 어느덧 눅눅함 사라지면서 포근한 햇살내음 옷가지 깊숙하게 밴다.


  아이들은 햇살내음 밴 옷을 입는다. 나도 옆지기도 햇살내음 듬뿍 깃든 옷을 입는다. 밥을 먹는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밥을 먹는다. 집을 지어 살아간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나무를 베어서 지은 집에서 살아간다. 햇살이 어떻게 드리우는가를 살펴 집자리를 살피고, 살림살이를 건사한다. 햇살내음 묻는 바람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보며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아이들을 보살핀다.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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