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7] 따스한 것

 


  따스한 것 몸속으로 스며들면
  따스한 마음·생각·꿈·사랑
  찬찬히 일어납니다.

 


  차가운 것이 몸속으로 스며들어도 따스한 마음과 생각과 꿈과 사랑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따스한 몸으로 따스한 삶 일구는 사람입니다. 이와 달리, 따스한 것 몸속으로 스며들어도 그예 차갑디차갑게 마음도 생각도 꿈도 사랑도 굳고 말아, 어느 한 가지조차 따숩게 길어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픈 사람이고 고단한 사람이며 슬픈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밥을 따로 안 짓고, 날쌀을 먹거나 날풀을 먹어도 됩니다. 날고기를 먹거나 날열매를 먹으면 돼요. 그런데 왜 불을 피워서 따스한 밥을 먹을까요. 애써 품을 들이고 손을 써서 따순 밥 한 그릇 짓는 까닭이 따로 있을까요. 그저 더 맛있기 때문에 밥을 지을까요? 날것을 오래 먹어 보거나 제대로 먹어 본 사람은 느낄 텐데, 불을 피워 익혀도 맛나다 하지만, 날것이 베푸는 맛도 몹시 좋습니다. 꼭 맛 때문에 불을 피워서 밥을 짓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아마, 사람들 사이에 미움이나 다툼이 생기고,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생기면서, 그예 차가운 마음 된 누군가 있어, 이들을 달래고 보듬으려고 불을 피워 밥을 지었으리라 싶어요. 몸속으로 따스한 것 스며들면, 어느새 찬몸 녹고 찬마음 풀리면서 따스한 몸과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고 생각해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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