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69) 노후의 1 : 노후의 불안

 

자식 기르는 것을 안전한 농사로 생각한 예전 사람들의 생각도 딱하지만, 노후의 불안을 금전에의 악착 같은 집착으로 메꾸려는 것도 민망하다 못해 측은하다
《박완서-혼자 부르는 합창》(진문출판사,1977) 117쪽

 

 “자식(子息) 기르는 것”은 “아이 키우기”로 다듬고, ‘안전(安全)한’은 ‘걱정없는’으로 다듬으며, “예전 사람들의 생각”은 “예전 사람들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 바로 앞에 ‘안전한 농사로 생각한’이라 나오니, “걱정없는 농사로 생각한 예전 사람들도 딱하지만”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불안(不安)’은 ‘걱정’으로 손보며, “금전(金錢)에의 악착(齷齪) 같은 집착(執着)으로”는 “돈에 끈덕지게 매달려”나 “돈에 끔찍하게 사로잡혀”로 손봅니다. “메꾸려는 것도”는 “메꾸려는 마음도”로 손질하고, “민망(憫?)하다 못해 측은(惻隱)하다”는 “남우세스럽다 못해 불쌍하다”나 “창피하다 못해 딱하다”로 손질해 줍니다.


  한자말 ‘노후(老後)’는 “늙어진 뒤”를 뜻한다 하고, 국어사전 보기글로는 “노후 대책”과 “노후의 생활 설계”와 “노후를 편안히 보내다”가 실립니다. 한국말 ‘늘그막’은 “늙어 가는 무렵”을 뜻하는데, 한자말 ‘노후’를 쓰는 자리는 으레 ‘늘그막’을 넣어도 잘 어울리지 싶어요. 굳이 “늙은 뒤”라고 적지 않아도 됩니다.

 

 노후 대책 → 늙은 뒤 대책 / 늘그막 대책
 노후의 생활 설계 → 늙은 뒤 생활 설계 / 늘그막 살림살이 짜기
 노후를 편안히 보내다 → 늙은 뒤 느긋이 보내다 / 늘그막을 걱정없이 보내다

 

  아기로 태어난 우리들은 조금씩 자라 어린이가 됩니다. 이윽고 푸른 나날을 보내는 푸름이가 됩니다. 시나브로 젊은이가 됩니다. 젊은 나날을 마음껏 보내는 동안 조금씩 무르익는 삶을 보냅니다. 곧이어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면서 늙은 사람이 됩니다.


  살아가는 나날을 돌아보며 알맞게 말마디를 추스릅니다. “유년의 생활”이 아닌 “어린 나날”입니다. “청춘의 생활”이 아닌 “젊은 나날”입니다. “노년의 생활”이나 “노후의 생활”이 아닌 “늘그막 삶”이에요. 말뜻 그대로 적자면 “늙은 나날”인데, 요즈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 좀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는 투로 여깁니다. 그래서 “늘그막 삶”으로 살며시 손질해서 쓰면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노후의 불안을
→ 늙은 뒤 걱정을
→ 늙고 나서 걱정스러워
→ 늘그막이 근심스러워
→ 걱정스러운 늘그막을
 …

 

  나이가 많이 든 뒤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늦깎이’라 가리킵니다. 보기글에서는 안 어울릴 수 있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늦깎이 삶”을 써 보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는 ‘늦삶’이라는 새 낱말 지을 수 있습니다. 마땅하다 싶은 낱말이 없으면 슬기를 모아 새 낱말 생각하면 됩니다. 4341.10.8.물./4346.6.1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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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를 걱정없는 농사로 생각한 예전 사람들도 딱하지만, 늘그막이 걱정스러워 돈에 끔찍하게 매달려서 메꾸려는 마음도 창피하다 못해 불쌍하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77) 노후의 2 : 노후의 삶

 

내 방의 텔레비전 나이는 열한 살. 개들의 세계처럼 노후의 삶을 살죠
《신현림-빵은 유쾌하다》(샘터,2000) 106쪽

 

  “내 방의 텔레비전”은 “내 방 텔레비전”이나 “내 방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다듬습니다. “개들의 세계(世界)처럼”은 “개들 세계처럼”이나 “개들처럼”으로  손봅니다.

 

 노후의 삶을 살죠
→ 마지막 삶을 보내지요
→ 늘그막을 살지요
→ 늙었지요
 …

 

  텔레비전 나이가 꽤 되어 죽음을 앞두었다는 뜻이라면 “개들처럼 많이 늙었지요”라든지 “늙은 개처럼 힘을 못 쓰지요”라든지 “늙은 개처럼 비실비실하지요”처럼 손질할 수 있어요. “늙은 개처럼 늙은 텔레비전이지요”처럼 쓸 수 있는 한편, 꼭 개한테 빗대지 않고 “참 나이를 많이 먹었다”라든지 “참 오래도록 썼다”라든지 “참 오래 함께 지냈다”라고 써도 돼요. 4346.6.1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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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텔레비전 나이는 열한 살. 늙은 개처럼 비실비실 아프지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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