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길에 고인 물을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며 내는 소리도 ‘빗소리’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요. 자동차 지붕을 때리고, 가게 간판을 때리며, 아파트 옥상과 유리창을 때리다가는, 보도블록과 아스팔트길 때리는 소리도 ‘빗소리’가운데 하나가 될 테고요. 그러면, 숲과 들에 나아가 봐요. 숲과 들에서는 어떤 ‘빗소리’ 들을 수 있는지 몸으로 느껴 봐요. 흙에 떨어지고, 풀잎과 꽃잎과 나뭇잎에 떨어지는 새로운 ‘빗소리’들어 봐요. 둥지, 덤불, 못, 도랑에 떨어지는 새삼스러운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요. 우산 아닌 팔뚝과 볼에 닿는 ‘빗소리’를 느껴요.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젖어들고, 눈썹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를 헤아려요.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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