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2] 새와 사람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일 마치고 즐거이 오순도순 모여
  하루 돌아보는 이야기꽃 피우다가 잘 때를 알려주는 새

 


  시골마을 어르신은 새벽 세 시 반이나 네 시부터 하루를 엽니다. 저녁 일고여덟 시에 하루를 닫습니다. 일이 바쁜 철에는 저녁 아홉 시나 열 시에 하루를 닫는데, 바쁜 철 지나면 으레 네 시부터 일고여덟 시까지 들일을 합니다. 멧새는 언제나 네 시 언저리부터 새벽노래를 부르고, 저녁 일고여덟 시 즈음이면 저녁노래를 부릅니다. 멧새가 새벽노래를 부를 무렵에 밤개구리 노랫소리 잦아듭니다. 멧새가 저녁노래 부를 무렵에 저녁개구리 노랫소리 피어납니다. 달리 생각하면, 개구리 노랫소리 멎을 때부터 하루를 열고, 개구리 노랫소리 다시 피어날 때에 하루를 마감하는 셈입니다. 시계 없이 하루를 살핍니다. 시계보다 또렷한 하루 흐름을 헤아립니다. 날과 날씨와 철에 맞추어 몸과 마음을 움직입니다. 달력이 아닌 삶에 따라 이야기를 짓습니다. 4346.6.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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