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0] 외딴섬에서 눈을 뜨다

 


  외딴섬에서 눈을 뜹니다
  바람 햇살 흙 풀 꽃 숲 나무
  고이 어우러져 눈을 틔웁니다

 


  서울에서는 눈을 감습니다. 바람도 햇살도 흙도 풀도 꽃도 숲도 나무도 만날 길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는 눈이 감깁니다. 바람이든 햇살이든 흙이든 풀이든 꽃이든 숲이든 나무이든 싱그러이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부터 누군가 엉터리와 같은 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낸다’ 같은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서울에도 고운 바람 불었고 맑은 햇살 있었지만, 이제 서울로 찾아가는 제비가 없습니다. 서울에도 살가운 흙 푸른 풀 있었으나, 이제 서울에서는 숲도 나무도 꽃도 맑게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자동차 넘치며 아파트가 치솟습니다. 서울사람 스스로도 서울에서 눈을 못 뜨지만, 시골사람도 서울에 깃들면 감기는 눈 지키기 벅찹니다. 4346.6.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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