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을 바라보면

 


  글씨쓰기 놀이를 하는 아이 손을 바라본다. 늦은 저녁까지 잠들 생각 않는 두 아이하고 부대끼다가 나는 그만 큰아이 앞에 모로 누워서 글씨쓰기를 이끈다. 너희는 참 기운이 넘치네 하고 생각하다가, 곯아떨어질 만큼 놀지 못해서 늦은 저녁에도 기운이 넘칠 수 있겠다고 느낀다. 글씨쓰기 놀이를 하면서 연필 아닌 색연필 집는 큰아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렇게 해서야 언제 글씨를 익힐까 싶다가도, 아직 여섯 살인 큰아이가 굳이 벌써 글씨를 다 알 까닭 없겠다고 생각한다. 놀면서 글씨를 즐기면 되지. 저것 좀 보라구. 어느 빛깔로 글씨를 그릴까 하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고르잖아. 아이 스스로 가장 예쁘다 싶은 빛깔로 알록달록 글씨쓰기 놀이를 하고 싶다잖아. 그래, 나는 네 아버지로서 네 손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 4346.6.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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