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형네 집 떠나 걷는다. 아이들은 바깥으로 나와서 뛰고 달리며 소리칠 수 있으니 즐겁다. 땀 흠씬 흘린다. 아이들한테 물을 먹인다. 동인천역에 닿는다. 전철을 탄다. 전철은 바람이 차다. 이윽고 영등포역에 닿는다. 아이들 밥을 먹이고 물을 먹이며 쉬를 누인다.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덥네. 시외버스는 되게 춥던데. 전철도 참 춥던데. 영등포역에서 순천역까지 달리는 기차에서 안내방송 자꾸 나온다. 냉방이 시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자꾸 되풀이한다.


  땀이 흐르는 기차에서 생각한다. 숲을 밀어 아파트 늘리고, 멧자락 깎아 찻길 자꾸 만드니, 봄도 여름도 더울밖에 없다. 이런 날씨에 사람들은 부채 아닌 선풍기와 에어컨을 켠다. 나무그늘이나 숲바람 없으니, 석유와 우라늄 태워 전기를 빚고는 냉방기를 끝없이 돌리면서 더위를 식힐 뿐이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다시 겨울에도, 도시에서는 냉방기와 난방기를 돌릴 전기를 뽑느라, 또 전기를 뽑으려고 석유와 석탄과 우라늄 캐내느라 지구별을 갉아먹는다. 지구별 갉아먹을 적마다 내 살과 뼈와 마음 갉아먹는 줄 느끼지 못한다.


  더운 여름날 어찌해야 하는가? 전기 걱정만 하면서 발전소를 또 짓고 새로 짓자고 외쳐야 할까? 전기를 아껴쓰자고 홍보하고 광고하면 되는가?


  길은 오직 하나이다. 숲을 되살려야 한다. 풀밭과 흙땅을 되찾아야 한다. 석유도 우라늄도 전기도 없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누리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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