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한 자락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이야기일 때에 이웃과 동무한테 들려줍니다.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웃한테도 동무한테도 들려주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겪었기에 둘레에 나눕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무지개 고운 빛깔 두 눈으로 즐겁게 보았으니,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소나기를 만나고, 비바람을 맞으며, 환한 봄꽃 보았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엮어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책에서 읽었다 하더라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야기일 때에는,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못해요. 책에서 읽지 않았어도, 스스로 느끼고 지어서 일구는 이야기일 때에는, 누구한테나 알려줄 수 있어요. 된장국 끓이고, 밥을 지으며, 시금치 데치는 삶을 스스로 누리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기쁘게 알려줍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저마다 즐겁게 살아가는 하루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서로서로 즐겁게 피우는 이야기꽃이 됩니다. 스스로 사랑스레 살아가는 하루 이야기가 열매가 되어, 다 함께 사랑스레 나누는 이야기잔치 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수군수군댈 적에는 재미없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궁시렁궁시렁댈 적에는 무섭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나눌 때에 아름답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거나 섣불리 욀 적에는 싸움이 생깁니다. 때로는 해코지도 되고 비아냥도 되겠지요.


  이야기는 사랑입니다. 내 삶을 사랑하고 이웃 삶을 사랑할 때에 이야기 한 자락 태어납니다. 이야기는 꿈입니다. 내 삶을 꿈꾸고 이웃 삶을 꿈꿀 때에 이야기 두 자락 자라납니다. 사랑을 빛내고 꿈을 밝히고 싶기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 이야기를 글로 옮겨 책으로 빚습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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