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9] 마실밥

 


  마실을 떠나는 날 도시락을 꾸리려고 밥을 짓습니다. 아이들 모두 새근새근 자는 새벽녘에 혼자 조용히 일어나 밥을 짓고 반찬을 마련합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챙깁니다. 들고 갈 짐을 추스릅니다. 읍내로 나가는 군내버스 때를 살핍니다. 나가야 할 때를 헤아려 아이들 깨우고, 아이들 몸을 씻긴 뒤, 아이들 옷을 갈아입힙니다. 이제 가방을 짊어집니다. 우리는 마실길 나섭니다. 마실길 나서면서 마실밥 먹습니다. 아이들은 시외버스에서 쉬잖고 놉니다. 그래요, 마실길에 즐기는 놀이인 만큼 마실놀이입니다. 옆지기는 마실길 함께 나서는 길벗입니다. 곧, 마실벗입니다. 그리고, 마실길에 만나는 좋은 이웃이나 동무라면, 마실이웃이나 마실동무 되겠지요. 마실길 누리면서 공책에 글을 씁니다. 마실길에 쓰는 글은 마실이야기 됩니다. 누군가 마실이야기 한 자락 책으로 엮으면 마실책 될까요. 마실을 다니는 자전거는 마실자전거입니다. 마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실빛 밝힙니다. 마실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실사랑 이루면서 새롭게 나설 마실꿈 꿉니다. 4346.6.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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