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나온 만화책 <십자군 이야기>를 201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읽는다. 서양이나 유럽 옛 역사에는 그닥 눈길을 두고 싶지 않아, 지난 열 해 동안 이 만화책을 모르는 척하면서 지나쳤다. 아직 한국에서는 동학농민혁명 이야기조차 제대로 만화로 태어나지 않았고, 한겨레 옛사람 이야기(궁중 역사, 조선 임금들 역사, 네 나라 전쟁 역사 말고)라든지, 단군 이야기조차 만화로 슬기롭게 그려내지 못한다. 이런 흐름에서 <십자군 이야기>라는 이야깃감은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했다. 예전 판은 절판된 지 한참 된 듯하고, 새 출판사에서 새 옷 입고 나오는구나 싶다. 김태권 님 만화책을 곰곰이 읽으며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나야 서양 역사나 유럽 역사에 눈길을 안 둔다지만, 퍽 많은 다른 사람들은 이런 역사에 눈길을 둘 테고, 즐겨 읽겠구나 싶다. 그러면, 이 만화책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이바지를 할 수 있으리라 느낀다. 김태권 님 만화책은 '십자군'이나 '서양'이나 '유럽'만 말하거나 다루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