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모임
술모임이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재미있는 자리는 이야기모임이다. 이야기꽃 곱다시 피우지 않고 술만 잔뜩 들이켜는 모임은 아주 재미없다. 이야기꽃 즐겁게 피우면서 술을 곁들인다면 재미있지만, 이야기란 없이 술만 들이켠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궁금하다.
숲에 서고 들에 서고 바다에 서면, 입을 달싹여 말을 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샘솟는다. 숲모임, 들모임, 바다모임, 이런 모임은 술이 없어도 재미있다. 아니, 굳이 술을 떠올릴 까닭이 없다. 가슴속으로 샘솟는 이야기 있는 모임일 때에 재미있다.
좁은 자리에 복닥복닥 모여앉아 술잔만 바라보는 모임은 사람들한테 어떤 빛이 될 만할까. 뱃속에 뜨겁게 타는 물 몇 방울 집어넣는 모임은 사람들마다 어떤 이야기로 남을 만할까.
나한테 두 아이 있기에 술모임을 손사래칠 수 있다. 그러나, 술모임 사람들은 나한테 두 아이가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 두 아이는 핑계이지. 나 스스로 술모임 안 좋아하기에 더는 술모임에 끼지 않겠다고 또렷하게 밝혀야지. 4346.6.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