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표
오월 한 달 사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가방에 챙긴 버스표를 한 자리에 모아 본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이래저래 많이 움직였다. 버스표만 보아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렇다고 영업사원 출장 다니는 일하고 견주면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하지만, 시골에서는 이웃마을로 군내버스 타고 한 번 마실 다니기조차 한나절 꼬박 걸린다.
바로 어제 부산으로 찾아가서, 다시 오늘 고흥으로 돌아온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가 아닌 이틀인가. 어제와 오늘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지럽다. 시외버스에서만 네 시간을 보낸 이틀이 어떻게 흘렀는지 까마득하다. 온몸이 쑤시고 눈은 감긴다. 이것저것 무언가 붙잡아 보고 싶지만, 눈꺼풀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다. 큰아이는 이틀 동안 아버지하고 제대로 놀지 못했다고 여기는지, 잠자리를 자꾸 박차고 나와서, 물 마시겠다느니 쉬 하겠다느니 하고 어리광을 부린다. 그래, 큰아이와 작은아이 곁에 누워야지. 조금 앞서 자장노래 한참 부르며 작은아이는 재웠는데, 큰아이는 안 자네. 아버지가 드러누워 한팔로 살포시 안아야 비로소 새근새근 잠들 듯하다. 4346.5.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