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3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26

 


빛나는 삶을 함께
― 동물의 왕국 3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1.9.25./4200원

 


  아침햇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습니다. 아침마다 환한 햇살 바라볼 수 있으니 환하게 웃는구나 싶은 한편, 내 마음속에서 환한 웃음 피어나기에 환한 아침햇살 부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녁햇살 포근하게 저무는 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저멱마다 포근한 햇살 바라볼 수 있기에 빙그레 웃는구나 싶고, 내 가슴속에서 포근한 웃음 샘솟으니 포근한 저녁햇살 부르는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하핫, 울음소리 한번 우렁차구나. 이제 곧 숨통이 끊어질 먹잇감이라면 이 정도로 비참하게 울어 줘야지. 애초에, 사자인 우리가 원숭이 울음소리 따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지만.” (7쪽)
- “너 원숭이 울음소리 낼 수 있지? 원숭이냐?” “아니.” (14쪽)


  새벽부터 밤까지 멧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멧새 노랫소리 울립니다. 00시부터 24시까지, 또 1월부터 12월까지, 멧새는 한결같이 노래합니다. 먹이를 찾으며 노래하고, 짝을 찾으며 노래하며, 새끼들 돌보면서 노래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언제나 노래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노래하고, 배고프다며 노래하며, 신나게 뛰어놀다가 노래합니다.


  아이들 말소리는 하나하나 노래입니다. 아이들 뜀박질은 언제나 춤사위입니다. 아이들 낯빛은 햇살과 같습니다. 아이들 살결은 풀잎 같습니다.


  아이들과 하루 내내 지내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우리 아이들과 살아가는 나부터 예전에는 아이였어요. 마을 할매와 할배도 예전에는 모두 아이였어요. 주름살투성이라 하더라도 모든 분들은 뽀얀 살결 씩씩하고 개구진 아이였어요.

 

 


- “너, 말로는 날 구하겠다고 하면서, 사자는커녕 나보다도 약하잖아? 그렇게 약하면서, 왜 날 돕는 거지!” “너지? ‘아빠’, ‘엄마’ 하며 울었던 거. 너 맞지? ‘살려 줘’, ‘살려 줘’ 하며 울었잖아.” (17쪽)
- “난 먹을 수 있는 열매나 그 씨앗을 찾으러 나가 있었어.” “열매? 씨앗?” “응. 이거. 이걸 땅에 묻고 물을 줘서 크게 자라면 이런 이파리나 나무가 돼.” “그래서 어떡하는데?” “먹을 수 있는 열매나 이파리를 나누는 거야.” “왜 그런 고생을 하는 거야? 그냥 주변에 있는 걸 먹으면 되잖아.” “응, 다들 처음엔 날 바보 취급했어.” (38쪽)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몸은 틀림없이 아이로되 마음은 한껏 늙고 만 애늙은이 꽤 많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걱정없이 뛰놀 틈이 거의 없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린이집 보육원 유아원 유치원에 들볶입니다. 아이들은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놀아야 하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먹고 밟고 달릴 때에 아이들이에요. 햇볕에 까무잡잡하게 타도록 뛰놀고, 때로는 심부름을 하며, 으레 동생을 보살필 때에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노란버스 타고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를 다녀야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동차 없는 빈터나 골목이나 고샅이나 숲에서 마음껏 달리고 뛰고 넘어지고 구르고 일어서고 노래하고 춤출 때에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광고노래를 따라해야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재미나게 노래를 지어 즐기고 웃을 때에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손전화나 스마트폰 손에 끼고 들여다보아야 아이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까르르 어깨동무하면서 웃고 떠들 때에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요즈음 어른들부터 어른이 아닌 셈입니다. 요즈음 어른들부터 스스로 어른답지 못한 삶에 시달리거나 쳇바퀴질이기에, 아이들 또한 아이답게 사랑할 줄 몰라요. 어린이 마음을 잊거나 잃은 어른들인 탓에, 이녁 아이들을 살갑거나 사랑스레 보듬을 줄 몰라요.


- “응? 저 원숭이는?” “사자에게 아빠, 엄마가 잡아먹혔대.” “좋아. 그럼, 내가 네 엄마가 되어 줄게페.” (44쪽)
- “응,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역시 저 아인 사자 새끼인걸. 게다가 내 친구들을 잡아먹고.” “응, 그래. 아직 쿠로카기와 지크 말고는, 고기를 먹는 동물과는 친해질 수 없지. 마음대로 안 되네.” (84쪽)

 

 


  빛나는 삶을 함께 일구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빛나는 삶을 같이 사랑하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빛나는 삶을 나란히 누리는 어른과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지 않고, 어른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사랑을 배우고 꿈을 키워야 합니다. 어른들은 사랑을 가르치고 꿈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먼저, 집에서 사랑과 꿈이 피어나야 합니다. 학교가 따로 있어야 한다면, 학교라는 데에서 ‘집에서 늘 하듯’ 사랑과 꿈이 자라야지요. 사랑과 꿈이 없는 채, 교과서와 특성화교육과 입시시험만 맴돈다면, 학교라는 데에서는 따돌림과 폭력 같은 끔찍한 짓이 되풀이될밖에 없어요.


  참말 그렇거든요. 학교에 사랑이 없으니 아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지 않고 따돌리지요. 학교에 꿈이 없으니 아이들이 서로 돕고 아끼지 않고 주먹다짐 발길질 돈뺏기를 일삼지요.

 


- “자, 다들 용기를 내! 모두 힘을 함쳐 사자를 우리 구역에서 쫓아내자! 우린 사자를 이길 수 있어.” (123∼124쪽)
- “난 고기가 싫은 게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몸이 너무 약해서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거야. 이런 몸으로 태어난 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힘이 전부인 이 세계가 정말이지 싫었어. 하지만 ‘멜로디’를 알게 되면서, 이 세상이 조금 빛나 보였지. 그리고 네가 내 ‘멜로디’가 최고라고 말해 줬을 때, 끔찍하게도 싫었던 이 세상이 눈부시게 빛나 보였어.” (175쪽)


  라이쿠 마코토 님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1) 셋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숲속 짐승들도 서로 아끼고 도울 때에 서로 사랑스럽고 즐겁습니다. 사람들도 서로 아끼고 도울 때에 서로 사랑스러우며 즐거븝니다. 서로 미워하거나 괴롭힐 때에 즐겁거나 좋은 숲속 짐승이 될까요? 서로 싫어하거나 들볶을 때에 즐겁거나 좋은 사람들 있을까요?


  내 삶은 빛납니다. 내 삶이 빛나듯 네 삶이 빛납니다. 네 삶이 환합니다. 네 삶이 환하듯 내 삶이 환합니다. 서로서로 빛나는 삶이고, 환한 삶입니다. 서로서로 아낄 삶이며,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일굴 삶입니다.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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