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달
이틀째 햇살을 내주지 않던 하늘이 비로소 열린다. 장마 끝나고 햇살 드리울 때에 이런 느낌일까. 새벽동이 트면서 하늘빛 파르스름하게 바뀌고 구름마다 볼그스름한 빛으로 물들 무렵, 마당에 내려와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아침달을 본다. 그래, 해가 높이 솟아도 달은 아침에도 낮에도 잘 보이지. 아침달이로구나. 곱다시 지구별 바라보는 아침달이로구나.
나는 멧새 노랫소리만 듣고 싶지만, 마을 어르신들 경운기를 몰아 들판으로 나간다. 멧새 노랫소리를 잠재우는 경운기 소리를 들으면서도, 경운기 소리에 묻히는 멧새 노랫소리를 더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자가용하고 사귀지 않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자가용을 몰면 찻길만 바라보느라 들도 숲도 멧자락도 하늘도 바라볼 겨를이 없다. 더군다나, 자가용을 몰면 바퀴 구르고 엔진 움직이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들바람도 숲바람도 멧바람도 하늘바람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내가 자가용을 몰아야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뚜껑 없는 자가용을 몰고 싶다. 적어도 머리 위로 하늘빛 느낄 수 있는 자가용을 몰아야 마음을 살포시 열 만하리라 느낀다. 아이들을 수레에 앉혀 자전거를 몰 적에는 온몸으로 바람이 감기면서 시원하고 상큼하다. 내 다리와 허리와 팔로 버티는 자전거는, 나 스스로 갈 만한 곳까지 갈 수 있고, 내 둘레 모든 소리를 살가이 맞아들인다.
아침달은 지구별 어떤 모습을 바라볼까. 아침달은 지구별 어떤 빛깔을 좋아할까. 아침달은 지구별에서 어떤 이야기를 느낄까. 4346.5.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