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사람

 

 

  읍내에서 아는 분들을 뵙는 술자리에 느즈막하게 낀다. 나는 오늘 순천에 볼일 보러 다녀오다가 전화를 받고 술자리에 함께 낀다. 술자리에 낀 때는 다섯 시 사십오 분 즈음. 시계를 본다. 나는 여섯 시 반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 밥 먹일 생각을 한다. 여섯 시 이십오 분이 되어 둘레 분들한테 집에 가서 밥하고 아이들 먹여야 한다고 말한다. 둘레 분들은 '남자가 왜 일어서야 하느냐'고 말씀한다. 그래서 '나는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니까 아이들 먹여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남자 아닌 여자일 때에도 나한테 '집에 가지 말고 술자리에 더 있으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붙잡을 수 있을까. 아마, 술 좋아하는 분들은 누구이든 붙잡으리라. 집에서 아이들이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배를 굶든 말든 그리 깊이 헤아리지 못하리라 느낀다.

 

  나는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여섯 시 반 군내버스는 못 탔지만, 술자리에 있던 술 안 마신 분이 여섯 시 사십오 분에 우리 마을까지 태워 주신다. 우리 마을까지 태워 주신 분한테 내 책 몇 권 고맙다고 선물로 드린다. 집으로 오자마자 밥을 안치고 먹을거리를 바삐 장만해서 두 아이 먹인다.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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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5-29 20:4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기억할 아버지의 모습이
다른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겠어요^^

파란놀 2013-05-30 06:11   좋아요 0 | URL
우리 둘레 사내들이
좀... 생각을 깨칠 수 있기를 빌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어쩌면 저도
집살림 도맡으면서
천천히 생각을 깨치는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