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깨우는 한 마디

 


  두 아이 옆에 끼고 재우면서 스르르 잠든다. 어느 만큼 잤을까. 문득 옆지기가 부르는 나즈막한 목소리에 잠을 깬다. “여보, 보라 똥 쌌어요.” 부시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난다. 옆방 불을 켠다. 서슴없이 작은아이를 안고 씻는방으로 간다.


  작은아이가 오늘 들딸기 아주 많이 먹더니만. 배가 아주 똥똥하더니만. 똥똥한 배로 똥은 그닥 많이 안 누더만. 이렇게 자면서 똥을 누네.


  푸지게 눈 똥을 치우고 밑을 씻긴다. 작은아이가 엎드려서 자다가 똥을 누었기에 이부자리는 젖지 않았다. 게다가 이불을 걷어차고 잤으니 이불에 똥내 배기지 않았다.


  똥내 풍기는 바지를 빨래한다. 빨래하는 김에 다른 바지 여러 벌 함께 빨래한다. 작은아이 세 살 되고부터 밤빨래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오늘 모처럼 밤빨래까지 한다. 오월비 그치고 날이 살살 후덥지근할까 싶으니, 이렇게 밤빨래를 시켜 방에다가 널어 말리도록 하는가 보다. 4346.5.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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