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빚기
― 날마다 샘솟는 사진

 


  집안일 하는 사내들 무척 적어, 집안일 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나 이제나 사내로 태어나 자라면, 으레 집안일 가시내한테 맡기고, 사내는 집밖으로 나가서 집밖일 찾아야 하는 줄 여긴다. 이리하여, 아이들 자라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면서 사진으로 담는 사내가 드물고, 아이들뿐 아니라 집살림 두루두루 사진으로 담는 넋 북돋우는 사내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사진감은 집밖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전쟁과 평화라는 사진감을 찾을 수 있고, 보도사진이나 패션사진이나 다큐사진 얼마든지 집밖에서 찾을 만하다. 아름다운 멧자락이나 물줄기 찾아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다.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 두루 살피며 사진 찍을 수 있다. 골목마실 하거나 온누리 여러 나라 찾아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집밖에서 사진을 찍듯, 우리 집 마당이나 안뜰이나 텃밭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집살림을 요모조모 가꾸며 사진으로 담을 수 있고, 우리 집 책시렁을 사진으로 엮을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들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란 얼마나 넓고 깊은가 하고 깨닫는다. 꼭 바깥에서 다른 마을 다른 집 아이들 찍어야 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 소꿉놀이 사진 찍으면 되고, 우리 아이들 마을빨래터 물놀이 사진 찍으면 된다. 우리 아이들 맨발로 뛰어노는 모습 찍으면 되고, 우리 아이들 서로 책을 읽어 주고 읽는 사이좋은 모습 찍으면 된다. 한 가지 모습을 한 장으로만 담을 수 있으나, 날마다 꾸준히 담으면서 한 해치나 여러 해치 그러모으면 ‘새로운 사진 이야기’로 거듭난다.


  사진감은 날마다 샘솟는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란 이름을 붙여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다. ‘놀이하는 아이들’이란 이름을 달아 ‘아이가 크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줄 만하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어버이는 이녁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라도 수십 수백 수천 가지 사진감을 날마다 얻을 수 있다. 꼭 으리으리한 전시장에 사진을 걸어야 사진잔치가 되지 않는다. 한 해 동안 ‘한 가지 이야기’로 찍은 사진을 백 장쯤 그러모아서, 해마다 한 차례씩 돌아오는 아이들 생일에 ‘우리 집 사진잔치’를 벌여도 즐겁다. ‘우리 집 사진잔치’를 벌이면서 아이더러 동무를 부르라 해서 집에서 생일잔치 마련하면, ‘우리 집 사진잔치이자 생일잔치’에 놀러온 아이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며 놀라하면서 좋아하리라. 그리고, 부러워하겠지.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찍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길어올린다. 아이들과 마실 다니면서 들길 걷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얻는다.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나들이하는 사진으로도 한 해에 백 가지 이야기 샘솟는다. 모든 삶이 사진이 되고, 모든 사진은 이야기 된다. 모든 이야기는 사랑이 되고, 모든 사랑은 고스란히 아름다운 삶이다. 4346.5.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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