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밭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며칠 동안 집에서 다 읽은 책을 갖다 놓으려고 간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간다는 말에 “딸기 먹으러 가요?” 하고 묻는다. 그래, 오월 끝자락 우리 도서관은 딸기밭이다. 도서관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온통 딸기밭이지.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우리 네 식구 모두 딸기밭 노래를 부르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빌었기 때문인지, 어디에나 온통 딸기밭이로구나.
책을 내려놓고 이럭저럭 갈무리한다. 볕이 조금 더 잘 들어오도록 책꽂이 몇 군데를 옮긴다. 땀을 흠뻑 쏟으며 일하다가, 아차 딸기 따러 왔잖아, 하고 떠올린다. 그래, 너희 먹을 딸기 따 주겠다. 이듬날 비가 온다고도 했으니 터질듯 말듯 굵게 영근 딸기알은 오늘 모조리 따 주겠어.
아버지가 딸기가시에 찔리고 긁히는 한편, 딸기하고 어우러진 찔레나무 가시에 찔리고 긁히면서 큰 통으로 둘 가득 들딸기를 딴다. 왼손이고 오른손이고 가시 잔뜩 박힌다. 낫을 들고 풀을 베고 덩굴을 자른다. 이듬날이나 다른 날 다시 올 적에는 조금 수월하게 딸기를 딸 수 있을까.
따서 통에 담은 딸기보다 앞으로 영글 딸기알이 훨씬 많다. 지난해와 견주면 아주 눈에 뜨이도록 딸기밭 넓어졌다. 옛 관사 자리 둘레로도 딸기밭이 된다. 마삭줄꽃 피는 둘레로도 딸기밭이 퍼진다. 쇠뜨기풀과 쑥풀 우람하게 자라는 밑으로도 딸기알 있다. 어른 허리나 어깨 키만큼 자란 풀을 베니 어른 발목과 종아리 언저리에 빨갛게 익은 알이 하나둘 나타난다. 낫으로 풀을 살살 긁으며 치우니 앞으로 자라날 딸기알 달린 딸기풀 길게 이어진다. 앞으로 유월에는 익은 딸기알 먹느라 몹시 바쁘겠구나 싶다. 스스로 자란 들딸기 내다 팔면 꽤 돈이 될 수 있구나 싶지만,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 즐겁게 먹으면서 몸도 씩씩 마음도 튼튼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처 못 따는 딸기알은 땅으로 떨어져 이듬해에 딸기밭 훨씬 넓어지겠지. 해마다 딸기밭 넓어지면 앞으로 우리 도서관에 오뉴월에 찾아올 손님들은 들딸기 한 움큼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
낫질 하랴 딸기 따랴 땀으로 젖은 몸을 쉰다. 도서관 곳곳에 이것저것 붙인다. 묵은 짐을 뒤지면 뒤질수록 재미난 볼거리 쏟아진다. 다섯 해 지나고 열 해가 지나면서 새삼스레 재미난 볼거리로 거듭난다. 올해에 보는 전단종이 하나와 포스터 하나와 엽서 하나조차 앞으로 열 해 뒤에는 또다른 이야깃거리 될 테지.
큰아이 갓 태어났을 적에 아기와 옆지기 모습을 후다닥 연필로 그린 그림 두 장이 어느 상자에서 톡 튀어나온다. 어, 이 그림 여기에 있었네. 2008년 10월 24일에 인천 화평동 그림할머니 박정희 님이 찾아오셨을 적에 그린 그림 하나. 2008년 11월 13일에 자정이 훨씬 넘어 가까스로 잠든 큰아이 안고 어르던 모습 그린 그림 하나.
사진으로도 남은 모습이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남은 모습이 새삼스레 애틋하다. 딸기알과 찔레꽃 나란히 있는 모습 사진으로 한 장 찍고 집으로 돌아간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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