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는 ‘부산 책’을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대구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간다. 책내음 맡고 싶기도 하지만, 대구에서는 ‘대구 책’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청주에 갈 일이 있으면 청주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가고, 대전에 갈 일이 있으면 대전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간다.


  새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아가도 ‘대구 책’이나 ‘청주 책’이나 ‘대전 책’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새책방에는 그 고장 책이 퍽 드물다. 인천에 있는 새책방이라서 ‘인천 책’ 알뜰히 갖추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제주에 있는 새책방이라서 ‘제주 책’을 살뜰히 건사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그 고장 헌책방에 찾아가서야 비로소 그 고장 책을 만나고, 헌책방에서는 반갑고 놀라운 책을 알맞게 값을 치르며 ‘내 책’으로 장만할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난날 전국에 인문사회과학책방 많이 있을 무렵에는, 전국 인문사회과학책방마다 ‘그 고장 책’이 꽤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고장에서 씩씩하게 한길 걷는 사람들 조그마한 이야기꾸러미 조그맣게 내놓아 조그맣게 팔았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인문사회과학책방 거의 모조리 사라지면서, ‘그 고장 책’은 놓일 자리가 없다. 다만,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는 북카페에서 ‘그 고장 책’을 다뤄 줄 수 있다면 좋으리라. 차 한 잔 마시는 자리 곁에 ‘그 고장 책’을 놓는 책시렁 한 칸 마련한다면 좋으리라. 이런 북카페 있다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북카페를 찾아가서 ‘그 고장 책’을 흠뻑 느끼고 싶다.

 

 춘천에 마실을 갈 적에 춘천 시인과 사진작가와 화가가 내놓은 시집·사진책·그림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순천이나 광주에 갈 적에 순천이나 광주 작가들 자그마한 책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에서는 ‘부산 책’ 만나고 싶으며, 인천에서는 ‘인천 책’ 만나고 싶다. 고장에서 책방이나 찻집 꾸리는 분들이 이녁 고장에서 삶빛 길어올리는 몫 어여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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