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꽃 노랗게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 깃들어 살면서 창포씨앗 처음으로 보았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는 창포꽃은 못 보고 창포씨앗만 보았다. 올 2013년에는 꼭 창포꽃 보자 다짐하면서 이웃마을 창포꽃 무리지어 피어나는 빈집을 기웃거린다. 처음 꽃 피어날 때는 놓쳐, 벌써 시들어 떨어지려는 꽃송이 보인다. 그러나 훨씬 많은 노란 꽃송이 바람 따라 물결친다. 가을날 창포씨 맺히면 잎사귀도 옆으로 축축 처지는데, 여름 앞둔 늦봄에 노랗게 물결치는 창포는 잎사귀도 단단하고 하늘로 해바라기하듯이 쭉쭉 뻗는다.


  한참 창포꽃 바라보다가 ‘붓꽃’하고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붓꽃하고 창포꽃은 도드라지게 다르다. 곁에서 붓꽃하고 창포꽃을 함께 마주하니까, 서로 어떻게 얼마나 다른 줄 알겠다. 멧골에서 진달래와 철쭉 늘 만나는 사람이라면, 두 꽃을 아주 쉽게 가릴 수 있겠지. 매화나무 벚나무 언제나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두 나무와 꽃과 잎사귀 쉬 헤아리리라 본다.


  쌍둥이 낳은 어버이는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가를 잘 안다. 쌍둥이하고 살가이 지내는 이웃이나 동무도 누가 언니고 동생인가를 환히 안다. 얼핏 닮았다 싶은 모습은 지구별 곳곳에 있지만, 똑같은 숨결은 하나도 없다. 살가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스레 함께 살아가면, 마음빛으로 모두 헤아리면서 따사롭게 마주할 수 있다. 살갑지 않고 어깨동무하지 않으면, 마음빛이 피어나지 않아, 어느 하나 제대로 가리거나 살피지 못한다. 노란 물결 좋다. 아이들과 창포꽃 보러 자주 들러야겠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